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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 운영이야기(2) - 열품타(열정품은타이머) 이용해서 학습 분위기 형성하기
교사가 되려면 임용고시를 봐야 하기 때문에 나도 열심히 임고를 준비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모 강사의 인강을 듣긴 했지만 사실상 인강은 말 그대로' 뭐 강조하나..' 수준의 참고용이었기 때문에 거의 독학으로 임고를 준비했다.
그래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바로 스케줄과 공부 시간 관리였다. 정말 독한 마음으로 철저하게 관리했지만 그럼에도 상당히 힘든 부분이 많았다. 특히 적정량의 공부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제일 애로사항이었다.
그때 열정품은타이머라는 어플을 알게 되었다. 아는 사람은 이미 다 알겠지만 공부 시간을 재 주는 어플이다. 그룹을 맺으면 지인과 비교할수도 있고 같은 공부를 하는 일반 불특정다수들과 비교할수도 있다(물론 이건 상위 랭킹을 보면 하루에 20시간 공부하는 비정상들이 많기 때문에 비추).
그리고 무엇보다 초 단위로까지 공부 시간을 계산해주고 다른 어플 사용이 원칙적으로 봉쇄된다는 점이 매우 좋다. 따로 설정하면 가능하지만 이때는 아예 어플 사용 시간이 별도로 계산되기 때문에 그 점도 매우 훌륭하다.
아무튼 나는 이걸로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도 이걸 활용해서 공부를 장려하고 자기주도학습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계획을 짰다.
시험 기간에 열품타를 이용한 공부 시간 경쟁
우선 우리 반 그룹을 형성한 다음 시험 기간 3주 전부터 아이들에게 공지를 했다.
"열품타에 들어와서 열품타 공부 시간이 많은 순서대로 상품을 줄게요!" 라는 식으로 전달해줬다.
대략 한 반에 28~29명 정도인데 거진 20명 정도가 들어왔다. 자리 경매 포인트도 왕창 걸어서 그런지 많이 들어왔던 것 같다. 다만 적극 참여층은 10여명 남짓이고 나머지는 그냥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생각날 때마다 타이머를 올렸던 것 같다.
아이들의 아이디를 보는 것도 꽤나 재밌었다. 별별 아이디가 다 튀어나온다. 욕설이나 비방 적 표현만 아니면 특별히 제지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건 부임 첫 해 아이들 열품타 그룹방인데 지금도 열품타로 공부하는 애들이 있다..ㅎㅎ 기특한 녀석들
룰이 꽤나 중요하다.
그래서 룰은 철저하게 순 공부시간으로만 계산하도록 했다. 어플 시간은 제외하는 것이다.
그리고 학원 시간은 포함시켜 주기로 했다. 어차피 시험 기간이 되면 동네 학원들은 다 내신준비를 하니까..
밤에 공부하다가 못 끄고 자는 경우도 종종 생겼다. 물론 이해는 한다. 나도 그런 적이 몇 번 있었거든..ㅎㅎ 하지만 공정성에는 크게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전날 밤 12시까지 한 것으로 계산하기로 했다. 확인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룰들을 철저히 해 놓아야 아이들도 크게 불만이 없다.
요런 문구도 하나 넣어주고..
special 선물이 뭐냐면 상위 8명 정도에게 지급한 특별 선물이다. 1등부터 하나씩 골라가도록 했다. 요즘 애들에게도 문상이 인기가 많지만 기프티콘도 그 못지 않다.
물론.. 내 사비다..
어쨌든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시험 기간이 끝나면 시상을 하는 시간을 짧게 가지면서 마무리를 했다.
장점과 단점
다음은 2년 동안 4차례 정도 진행하면서 느낀 장단점들이다.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자기주도 학습 능력이 신장된다.
자신이 실제로 공부한 시간을 눈으로 파악하는 것만큼 자기주도 학습능력에서 중요한 것도 없다. 아무리 머리가 좋네 어쩌네 해도 절대적인 공부량과 시간은 필요하다. 그것을 파악하게 도와주는 것이 바로 열품타이다. 위 짤에서도 잠깐 나왔지만 아이들에게 열품타 활용이 좋은 습관이 되어서 중학교 졸업 후에도 여전히 열품타로 공부하는 애들도 있다.
두 번째, 학급 내 건전한 면학 분위기 조성이다.
아무래도 같은 그룹 내에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보니 '나는 노는데 얘네들은 공부하네?' 하면서 공부에 자극도 많이 된다.
세 번째, 학급 내 컨텐츠 확보이다.
유튜브나 방송에서만 컨텐츠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학급 내에서도 컨텐츠가 중요하다.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서 학급 분위기를 살리고 학급이 돌아간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한데 시험기간은 그런 것들을 차갑게 가라앉히기 딱 좋다. 그러나 열품타는 그런 시험기간을 타깃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시험 기간에도 가동할 수 있는 유일한 컨텐츠이다.
단점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열품타를 별로 안 쓰는 아이들은 선호하지 않는다.
부임 첫 해때 열품타를 진행했는데 2학기 때 또 열품타를 하려고 하니까 '열품타를 안 쓰는 아이들은 좀 불공정한 것 같다.'라는 볼멘소리가 나왔었다. 아마도 여기다 자리 경매 포인트를 걸어서 그랬던 것 같다. 실제로 열품타가 정답은 아닌 만큼 충분히 그럴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공부에 관심 없는 아이들은 잘 안 하려고 한다.
이건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문제긴 하지만.. 강제성을 두지 않는 이상 공부에 관심 없는 아이들에게는 별로 흥미를 끌지 못하는 컨텐츠이다.
세 번째, 교사에게 금전적 압박과 귀차니즘이 생긴다.
아무래도 사비를 털어서 하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 물론 문상은 학급비로 대체했었고 희망교실 예산을 일부 활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많이 하면 할수록 사비가 들어가는 구조인 건 확실하다. 여기에 매주마다 관리하고 숫자 입력하는 게 은근히 귀찮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하는 거니까! 아직은 그렇게 막 귀찮은 건 아니다 ㅎㅎ
네 번째, 공정성의 문제가 있다.
타이머만 눌러놓고 아이패드 같은 걸로 딴 짓을 한다든가, 그냥 잔다든가 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철저히 양심에 맡길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글을 마치며..
물론 공부 시간이 많다고 해서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열품타 시간은 1등 찍었는데 공부 성적은 잘 나오지 않는 케이스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타이머만 눌러놓고 딴짓하더라도 공부 시간은 흘러간다. 그래서 문제가 생긴 적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런 문제를 야기하기 위해서 이걸 하는 것이 아니다. 열품타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자신의 공부 습관을 파악하고 메타인지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의 신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자기가 하루에 몇 시간 하는지도 파악하지 못하면서 공부를 잘 할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론 그런 케이스가 없진 않겠지만 일반화 시킬수는 없다.
라떼는 기술이 발달하지 못해서 중학교 시절에 이렇게 공부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러니 중학교 때부터 이런 공부 습관이 잡힌다면 아마 평생을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여러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진행할 수 밖에 없다. 조금씩 제도적 보완을 해 나간다면 완벽한 공부 컨텐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이만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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