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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사냥
오늘은 오랜만에 교보문고를 방문했다.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친다고 교보문고를 방문할 때마다 항상 역사 서적 코너를 들락날락 한다. 역사 서적을 고를 때는 주의사항이 하나 있다. 먼저 저자의 약력을 보고 웬만하면 전공자가 쓴 책을 골라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고 비전공자들이 쓴 책을 고르면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관점이 편협하거나 오류투성이인 경우가 많다. 학계에서 충분히 공인되지 않은 아직은 하나의 견해에 불과한 것들을 마치 정확한 사실인 양 적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늘도 교보문고에는 그러한 비전공자들이 쓴 명확하지 않은 사실로 점철된 책들이 바글바글하다.
그렇다고 전공자가 쓴 책이 무조건 좋느냐? 그건 아니다. 비전공자들이 쓴 책이 왜 많겠는가? 재미가 있어서다. 전공자들은 지식은 정확할지 몰라도 글재주는 영 꽝이신 분들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주경철 교수는 남다르신 분이다. 일단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교수로, 서양근대사를 전공하신 분이다. 무엇보다 주경철 교수의 책은 정말 재미있다. 필력도 뛰어나시고, 생각해볼 거리도 많이 던져주시고, 주제도 흥미로운 경우가 많다.
오늘 이야기할 책도 아주 흥미로운 주제를 담은 '마녀'이다. 나는 우선 책 내용을 어느정도 요약한 다음, 마녀와 관련해서 생각해 볼 거리가 있는 주제들에 대해서는 내 견해를 밝히는 식으로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마녀가 하는 행동들
책의 서두는 밤베르크 시의 시장이었던 유니우스가 마녀로 몰려 처형당하는 기록물을 나열하고 있다. 여기서부터 이미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마녀사냥의 통념과는 다른 사실 2가지가 나온다.
첫 번째는 이 사례의 희생자가 남자라는 것, 두 번째는 고위관직자라는 것.
즉 마녀 사냥이 상당히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었음을 암시하는 대목인 셈이다.
유니우스의 기록물을 보면 유니우스에게 엄청난 고문을 가해서 자백을 유도하는데, 사실상 마녀임을 강요하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질문해 볼 수 있다. 과연 마녀란 무엇인가? 마녀는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가?
이 질문에 대해 저자는 마녀에 대한 일반화는 매우 위험하다고 하면서도 베링어라는 학자가 주장한 마녀의 공통적인 특성 6가지를 언급한다.
1. 악마와의 계약
2. 악마와 성관계
3. 날아서 이동하는 능력
4. 악마가 주관하는 모임(일명 사바스)에 참석
5. 사악한 위해의 행사
6. 아이 살해
물론 이 6가지 요소가 한 번에 다 드러나는 경우는 없다. 일부 요소들이 부분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저자는 이 마녀의 6가지 요소들이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유럽 고대 민중 신앙과 마술
유럽에서는 기독교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이미 많은 민중 신앙들이 존재했었다.
저자는 베난단테라는 선한 마술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민간을 중심으로 일찌감치 마술사들이 많이 등장했다. 마술사들은 병을 치료하고 고치는 주술을 행하였다.
치료의 메카니즘은 다음과 같다. 베난단티(베난단테의 복수형)라는 선량한 마술사들이 있는데, 이들은 1년 중 정해진 날에 모여서 악마의 마술사들과 싸운다. 싸울 때는 육체가 아니라 영혼만 나가서 싸운다. 이때 영혼들이 동물을 타고 날아서 정해진 장소로 가서 싸우는 것이다.
당대의 재판 기록들을 보면 재판관들도 이러한 사실(?)을 인정해줬던 것 같다. 재판관들이 베난단테를 처벌한 것은 그러한 생각이 허무맹랑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영혼들끼리 싸우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해서 처벌을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베난단테들은 나중에 마녀로 몰리기 딱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들의 모임은 마녀들의 모임인 사바스로 취급되었고 베난단테 자체가 마녀로 취급되었다.
네크로만시라는 것도 있다. 네크로만시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불러내는 자들이다. 사실 죽은 사람 영혼 불러내서 뭐하려고?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당시에는 죽은자의 영혼을 부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매우 위험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이를 통해서 다른 사람을 죽인다거나 하는 사악한 일들을 했을 거라는 이야기다.
네크로만시의 경우 그 자체로도 상당히 위험해보였기 때문에 흑마술로 취급되었고 악마와 계약을 맺는 행위로 치부되기도 했다. 그리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 뒤에 마녀가 있다는 식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일부 학자들은 마녀 개념이 정립되는 데 네크로만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라고 보기도 한다(Michael Bailey).
기독교의 확립과 이단
초창기 기독교는 위에서 보았던 마술사들과 싸웠다. 예수도 사실 질병을 치료하는 일련의 행동들이 마술사들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초창기에는 기독교가 주술 취급을 받았으나 로마에 의해 공인된 이후에는 다른 민간 신앙을 차근차근 주술 취급 해나가면서 정리하기 시작한다. 그때 쓴 방법이 다른 종교를 '악마화'하는 것이었다.
종교적으로 선악을 정리하고나면 마술사들을 정리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을 것이다. 특히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은 아주 유명한 초기 신학자인 '아우구스티누스'라고 한다.
저서 신국론에서 이교와 이단에 대해 '이교도의 신이 변신하여 악마가 되었다'라고 주장함으로써 차후 이단을 어떻게 취급할지에 대해 교리적으로 정리를 한 점이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후 교회는 10~11세기에 걸쳐 세속 권력과의 투쟁에 나선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카노사의 굴욕', '보름스 협약' 등과 같은 서임권 투쟁을 통해 세속 권력을 상대로 서서히 우위를 점해 나가기 시작한다. 12~13세기에는 라테라노 공의회를 통해서 법적 효력까지 발휘하기 시작한다.
바로 이 시점부터 세례와 고해성사는 물론 일상적인 규정까지 기독교가 일일이 규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교회가 권위를 확보해나가게 된 것이다. 특히 이 시점에서 눈여겨 볼 것은 바로 이단의 규제이다. 왈도파나 카타르파 같은 대표적인 종교 세력을 기독교가 이단으로 줄줄이 규정하면서 반대 세력 축출은 물론 권위를 더욱 더 확고하게 확립해 나간다.
사바스라는 개념을 교회가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때이다. 여전히 잔존해있는 기독교와는 다른 농촌 공동체나 민중 신앙, 마술 등을 사바스 현상으로 몰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마녀 개념의 도입이 서서히 무르익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마녀 사냥의 시작
14~15세기는 흑사병, 백년전쟁, 몽골의 침략, 바빌론 유수 등 유럽에 기근과 전쟁과 분란이 끊이지 않던 시기이다. 위기에 봉착한 교회는 마녀 개념을 전면에 부각시켰다. '악마와의 계약'이라는 고전적인 요소를 실체화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의심과 두려움을 심어준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행위들이 '악마와의 계약' 또는 마녀들이 행하는 주술적 행위로 여겨졌을까? 니콜라스 에이머릭(Nicholas Eymerich)이 쓴 『종교재판 지침』(1376)이라는 책을 보면 상세하게 그 행위들을 규정하고 있다.
악마를 위해 금욕하거나 향신료를 태우는 행위, 악마에게 기도하고 절하는 행위, 땅 위에 원을 그리고 아이에게 책을 쥐어준 다음 악마를 불러내는 행위, 손금을 보는 행위 등이 여기에 포함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행동을 악마가 주관한다는 것은 어떻게 증명하지? 과거에 악마와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하면 된다. 그렇게 민중 마술을 행하는 사람들은 범죄자가 되어 간 것이다.
그리고 악마에 대한 고정관념이 형성되어가기 시작했다. 밤이 되면 빗자루를 타고 날아가서(동물을 타는 것이 발전함) 사바스에 참여하여 방탕한 성교 행위를 하며 아이를 잡아먹는 그런 이미지..
사실 그런 것들은 원래부터 있던 것이 아니라 '형성되어진 것' 들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렇게 한번 만들어진 개념은 논리적 반박에도 쉽게 깨지지 않았다. 예를들어 마녀가 날아다는 것을 누가 입증할 것인가? 이에 대해 사람들은 영혼이 움직인다느니, 사실은 그런 착각을 유도하도록 뇌를 조종한다느니같은 온갖 말 같지도 않은 말들로 그런 현상을 입증하려고 애썼다.
애초에 그냥 베난단테 같은 민간신앙에서 발전한 모습이었는데 말이다.
정리하자면 별 것 아닌 민중 신앙과 마술사들은 기독교가 발전해나가고 외부가 변해나가는 상황에서 마녀와 마법사들로 이행해나가게 된 것이다. 마녀의 개념은 민중 신앙의 내용을 바탕으로 점점 디테일하게 하나 둘 씩 발전해갔는데 그것이 위에서 다룬 6가지이다. 이 6가지는 대개 민간신앙에 기반을 두고 있었거나 선악의 대립을 상정하는 과정에서 악한 행동들을 구체화한 것들이다.
그리고 한 번 구체화된 마녀 개념은 이제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 활용되고 발전해나가게 된다. 그러한 구체적 내용들을 아래에 간략하게 정리해보았다.
마녀와 반여성성
여기서부터는 우리도 꽤 생각해볼만한 주제들이 나온다. 마녀로 몰린 주체는 왜 여성들이 많았을까? 우리가 위에서 본 내용을 토대로 본다면 마녀의 이미지는 민간 신앙의 주술 행위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남성이니 여성이니 하는 성별적인 요소가 개입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런데 왜 여성 희생자가 많았을까?
일단 그것이 사실일까? 사실이라면 언제부터 그렇게 된 것일까?
당대 인물 중 니더라는 사람은 마녀의 요소와 여성의 본성을 연결지어 버린다. 즉 여성이 남성을 유혹해서 남성을 성적 욕망에 빠트리고 만들었고, 여성은 욕망에 휘둘리는 약한 존재로 묘사하고 있으며, 심지어 생식기의 힘을 줄여버릴(...) 수도 있다고 말한다.
덧붙여 첨언하자면 여자는 선한 영이 인도하면 최고의 것이지만 악한 영이 인도하면 최악의 것이 된다고도 얘기한다.
실제로 14세기 중반을 전후하여 그 전에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마녀로 몰리는 경우가 7:3 정도로 많았는데 그 이후에는 4:6정도로 변하더니 17세기에 이르면 2:8까지 벌려지게 된다.
이 시기 가장 대표적으로 마녀로 몰린 여성이 바로 잔다르크이다. 잔다르크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
잔다르크는 익히 알다시피 백년전쟁에서 자신이 신의 계시를 받았다며 프랑스왕을 설득하여 전장터에 투입되어 프랑스 군의 극적인 역전승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러나 영국군에 붙잡히고 결국 마녀로 치부되고 만다.
잔다르크가 들었다는 '신의 목소리'가 사실은 악마의 목소리가 아닐까 의심하는 것을 시작으로, 잔다르크가 살았던 동네에서 전해져내려오던 구전이나 전설까지 샅샅이 뒤졌다. 아마도 민중 신앙과 연결지어 마녀로 몰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프랑스군에게 잔다르크는 성녀였다. 마녀인 동시에 성녀로 취급된 것은 이미 마녀 자체가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 번 이렇게 여성성을 악마와 연결짓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되자 그 이미지를 뒤집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의문이 든다. 왜 마녀는 여성을 유혹하는 것이며, 왜 사람들은 마녀를 여성성과 연결지었을까?
『말레우스』라는 책에서 그 해답을 내놓고 있다. 참고로 말레우스라는 책은 당대에 마녀에 대한 논리를 면밀하게 정리한 책으로 아주 권위가 높았다고 한다(물론 오늘날 관점에서는 말도 안되지만).
여기서 여성들의 천성이 초월적인 현상을 잘 받아들이며, 입이 가벼우며, 육체적 힘이 약해서 마법을 통해 복수하는 것이라는 식의 주장을 한다. 심지어 성경에서 아담과 이브의 사례를 들면서 그때도 뱀에게 유혹당한 것은 이브니까.. 이런 식으로 얘기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아주 많지만 생략하도록 한다.
물론 남성도 악마에게 유혹당할 수 있다고 언급하지만, 남성성은 악마의 본성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어쨌든 만약 악마의 주요 대상이 남성을 향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도 생각해본다. 일부에 불과했을지라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이미지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성별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과 팩트, 혐오를 잘 구분해야한다. 어떤 개념은 고착화된 고정관념일 수 있고, 어떤 것은 정말 변하지 않는 불변의 진리일 수 있고, 어떤 것은 단순한 혐오적 시각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러한 것들을 구분하지 않고 막 뱉어낸다. 무지성 비난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인터넷이라는 날개를 달고 오늘도 그렇게 성별 혐오는 인터넷판을 헤집고 다니고 있다. 심지어 이런 의견을 내비치면 선민의식이라고 치부하면서 자신들의 무지한 시각을 어떻게해서든 숨기고 합리화하려는 시도도 많이 보인다.
사회가 병든건지 아니면 아니면 논의 과정에서 생기는 과도기적인 현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데미지가 꽤 뼈아픈 것만은 사실이다.
마녀사냥의 구체화
내용이 너무 길어지기도 하고 이 부분은 어떻게 해서 마녀를 고문하고 마녀 개념이 발전해나가고 실제로 마녀사냥을 어떻게 했는지를 쓰고 있는 대목인데 아주 간략하게만 언급하자면 다음과 같다.
대부분의 경우에 마녀 사냥은 고문을 통한 자백 유도로 이어진다. 요즘 식으로 표현하자면 '답정너'이다. 당연히 모진 고문을 못이겨 자백하는 경우가 상당수였다고 한다. 모진 고문의 구체적 사례가 나와있긴 하지만 굳이 적고 싶지 않아서 궁금하면 책을 참고하시길.
마녀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고 한다. 과연 진정으로 참회하는가의 여부로 "울어라!"라고 할 때 울 수 있으면 무죄 선언이 된 경우도 있단다. 나같이 눈물없는 사람은 얄짤없었을 것 같다.
마녀사냥의 쇠퇴
그렇다면 마녀사냥은 언제 쇠퇴했을까? 사실 내가 가장 궁금했던 대목이기도 하다. 얼핏 생각했을 때는 사람들이 이제 합리적으로 생각하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였던 것 같다.
우선 마녀재판이 사라진 이유는 철학의 발전이다. 17~18세기를 전후하여 인간 중심의 철학 사상이 보급된 것이 가장 큰 계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당시 분위기가 결코 마술을 비합리적이라고 정의내린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마녀가 말도 안 된다! 라는 식으로 정의를 내리지 않고, 무고한 인물들을 마녀로 몰아 사형에 처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마녀 자체를 비범죄화 하거나 마녀재판을 법적으로 금지시켰다.
즉 마녀들의 행위 자체는 여전히 인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히려 그보다는 두 번째, 고문에 대한 비판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고문이 너무 모질고, 무엇보다 반대편을 몰아가기 위해 마녀로 악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결코 육체적 고통을 통해서는 진실을 끌어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마녀로 몰리는 경우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된다.
두 번째의 연장선으로 세 번째, 사법제도의 개혁이다. 17~18세기는 절대왕정의 시기로 중앙 국가 권력이 매우 강해지던 시기이다. 자연스럽게 재판에서도 국가의 영향력이 커지게 되면서 지방에서 자의적으로 재판하는 분위기가 바뀌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녀사냥식 재판도 사라지게 된 것이다.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국가권력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느꼈다. 만약 국가권력이 여전히 중세처럼 마녀재판을 장려했다면? 아마 마녀재판은 계속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국가권력은 그 무엇보다도 합리성과 공정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가 지도자와 지배 계층의 중요성이 새삼 떠오르는 순간이다.
결론과 고찰
그리고 이제 결론을 내릴 차례이다. 이 책에서는 마녀가 생겨난 이유에 대해서 중세 국가 권력과 교회는 자신들의 정당성과 권위를 확립하기 위해 '악'을 새롭게 규정했고 그 과정에서 마녀 사냥이 성행했다.
반면 근대의 국가권력은 그럴 필요가 없었기에 자연스럽게 마녀는 사라지게 된다.
마녀사냥은 인류가 늘 그랬듯이 자신의 정당성을 위해 악을 사용한 현상 중 하나지만 실제로 마녀라는 개념 자체를 상정한 것은 근대 초 유럽의 특징이라고 정의내리면서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근대 초에는 선악의 이분법적 대립이 교회와 마녀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에는 뭘까. 저자의 말마따나 마녀가 중세와 근대를 상징하는 요소였다면 오늘날에는 그것이 무엇이냐 이 말이다.
굳이 내가 고민하지 않아도 이미 우리 사회는 선악의 이분법적 대립이 넘쳐나고 있다. 남자와 여자, 진보와 보수, 기성세대와 신진세대 등등.. 인터넷 공간이라는 새로운 공간을 등에 업고 새로운 생각이 탄생하기는 커녕 새로운 갈등만 빠른 속도로, 마치 빗자루를 타고 날아가는 마녀 마냥 날아가고 있다.
하지만 크게 걱정되지는 않는다. 이것은 인류에게 늘 있었던 현상이었으니까. 그리고 근대 유럽 사람들은 제도와 생각의 변화를 통해서 마녀 사냥을 극복해냈다. 우리도 결국 이러한 정치적 대립과 선민의식, 자신만이 옳다는 그릇된 이분법적 관념이 사회의 진보와 발전에 해가 된다고 판단을 내린다면 언젠가 그것에 대해 철퇴를 내리는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극복하게 될 것이다.
나는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인류는 늘 진보하는 쪽으로 왔으니까.
그리고 마녀 사냥은 올해 수업에서 프로젝트 수업으로 깊게 다뤄볼 생각이다. 어떻게 짤지는 아직 생각을 안 해봤지만 이것만큼 현재 시대를 잘 반영하는 주제는 없는 것 같아서. 또다시 아이디어를 짜기 위한 고난의 행군을 해야겠다. 수업 연구에서 아마 다시 마녀를 찾아보게 될 것 같다. 근데 귀찮아지면.. 또 홀로코스트나 해야겠다 ㅎ 안되면 활동지에서라도 해야지!!
이상 리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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