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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 독서법, 그리고 다독'
지인의 요청으로 독서모임을 하기로 했다. 다만 기존의 독서모임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주변 사람들을 불러모아서 시작했다. 워낙 세상이 흉흉(?)하기도 하고 기존 단체에 들어가게 되면 우리 뜻을 잘 펼칠수도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새로 만들어버렸다.
그 시작이 2022년 3월이니 벌써 1년이 넘은 셈이다. 앞으로 일반 서적 리뷰에는 이 독서 모임에서 읽었던 책들을 비롯하여 여러 책들의 리뷰를 간략하게 정리하여 올려볼 예정이다.
독서모임에서 첫 번째로 정한 주제는 '독서법'이었다. 본격적으로 독서를 시작하기 전에 독서의 방법론부터 생각해보는 것이 맞다고 뜻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나는 나에게 맞는 독서법은 뭘까 고민하다가 책을 많이 읽은 사람에게서 그 해답을 얻고자 다치바나 다카시라는 사람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라는 책을 선정하였다.
(다치바나 다카시 -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누구인가'
다치바나 다카시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하게 설명을 하자면 그야말로 '애서가'이다. 이 사람의 직업은 기자, 그 중에서도 평론가에 가깝다.
그런데 특정 인물을 인터뷰 할 일이 있으면 그 인물이 쓴 책은 물론이고, 그 인물이 종사하는 직업과 관련된 책들도 어느 정도 읽고 인터뷰를 한다고 한다. 그것이 인터뷰 하는 사람의 자세라나 뭐라나.
그래서 그는 책을 무려 10만권 넘게 소유하고 있는데 이 책들을 진열하기 위해 건물까지 만들었다. 그 건물은 매우 유명한 '고양이 빌딩'이다. 아마 아는 사람은 다 알리라 생각한다.
우리 같은 일반 소시민들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독서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 셈이다. 도대체 이 사람은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240시간이라도 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책을 펼쳐 보았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핵심 내용을 나름대로 요약해 보았다.
1. '다독의 원동력 : 지적 호기심'
저자는 다독을 할 수 있었던 최고의 원동력으로 지적 호기심을 꼽았다. 굳이 부연설명이 필요없는 단어이다.
인류는 기본적으로 지적 호기심(또는 욕구)이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의식을 끊임없이 새로운 곳으로 이끌어 내어 학습할 것을 찾아다닌다고 말한다. 본문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것은 곧 '주위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지적 욕구'라고 말한다.
나는 거기에 대해 동의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우리에게 '지적 불안감'은 없는지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지식이 넘쳐나는 시대에 나만 모른다는 생각에, 괜히 이 책 저 책 펼쳐보게 되고 허겁지겁 지식을 습득하려는 건 아닌지 말이다.
나도 괜히 양자역학을 알아보고 싶은 마음에 양자역학과 관련된 유명한 책을 하나 사서 펼쳐보다가 10페이지 정도만 읽고 바로 책장 속으로 고이 모셔놓았다(다행히 내 돈 주고 산 책은 아니다).
지적 불안감이든, 지적 호기심이든 그것이 인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긴 하지만 말이다.
2. '속독법: 빨리 읽고, 빨리 포기해라'
사실 가장 궁금한 것은 어떻게 이 인간(?)은 10만권 가까이 되는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읽다보니 바로 의문이 풀렸다. 애초에 다 읽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저자는 책을 빨리 읽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시한다.
"책의 문단 또는 단락의 첫 문장만을 차근차근 연결해서 읽어라. 그렇게 해서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되면 다시 돌아가서 처음부터 꼼꼼히 읽고, 아니면 안 읽는 것이다. 즉 흐름과 키워드 만으로 책을 파악하는 것이다."
읽자마자 감탄을 자아해내는 문장이었다. 그리고 바로 책의 나머지 페이지는 이 방법을 활용해서 읽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야매'라고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다독에는 이만한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좋은 책이라고 생각되면 처음부터 꼼꼼히 읽는 것이니 그렇게 편법도 아니다.
여기에 더해 빠른 포기, 즉 안 좋다고 판단되면 빨리빨리 버리는 것이 결국 다독의 비결이었던 것이었다. 궁금증이 싹 풀리는 대목이었다.
사실 책을 버릴 줄 아는 것도 대담한 용기이다. 책 내용이 좀 아니다 싶거나 내가 읽기에 버거우면 빨리 덮어버리고 다른 책으로 넘어가는 유연성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주식으로 치면 빠른 '손절'이 필요한 셈이다.
3. '그 외 생각거리들: 고전은 꼭 읽어야 하는가?, 종이 책은 전자 책을 이길 것인가?'
그 외에도 저자는 다양한 시사점을 던진다. 대표적인 것이 '고전은 꼭 읽어야 하는가?'이다. 저자는 읽을 필요가 없으며, 그 근거로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이라는 책을 들고 있다. 이 책은 엄청 유명한 책이지만, 누구도 읽고 싶어하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이 고전이라는 데는 누구나 동의하겠지만 그러면 이 책을 꼭 읽어야 할까?
또한 고전이라고 평가받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책들 역시 아직 검증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 고전이라고 간주받는 책들일지라도 더욱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수 있다는 것이 주장의 골자이다.
그리고 종이 책은 전자 책을 이길 것인가? 라고도 질문하고 있다. 물론 저자는 당연히 종이 책의 손을 들고 있다. 종이 책 특유의 읽는 맛, 속독성, 육체의 피로감이 덜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말이다. 판단은 어차피 우리들의 몫이 될 것이다.
' 과연 다독만이 정답일까?'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진 한 가지 풀리지 않았던 의문은 '과연 다독만이 정답일까?' 라는 것이었다. 아쉽지만 책에는 그런 부분이 드러나있지도 않았을 뿐더러, 설령 물어보더라도 저자 자체가 다독왕이기 때문에 '정답이다' 라고 답을 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2021년에 돌아가셨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한 것인가? 아니면 어떻게 읽는 것이 중요한 것인가? 이 책을 읽었던 시점에서는 저런 의문이 들면서도 전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후자도 중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나는 역사에서도 자신의 관점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책도 자신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을 때 비판적으로 읽지 않으면 저자의 관점에만 매몰되기 십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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