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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 1인 1역과 부서 배정
학급 운영을 하는 담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바로 학급 내 역할 배정이다. 학교를 거쳐간 교사들이 매우 많은 만큼 학급 내 역할 배정에 대한 노하우도 아마 수천 수만개가 넘을 것이다.
그 수많은 노하우를 크게 2가지 방향성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1인 1역을 두는 것, 두 번째는 부서를 두고 나누는 것. 초임 시절의 나도 어떻게 나눌지 상당한 고민을 했었다. 고민 끝에 내 선택은 후자였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 1인 1역은 사장되는 역할이 많아진다. 1인 1역이라는 것이 말이 좋아서 1인 1역이지 학급 내에서 20~25가지 역할을 둔다는 것이 사실 정말정말 힘든 일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억지스러운(?) 역할이 생겨나게 되고 결국 그러한 역할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사장될 수 밖에 없다.
두 번째, 역할 간 편차가 너무 심하다. 특정 역할은 혼자 맡기에는 너무 할 일이 과중하고(이런 역할은 둘로 나눠도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어떤 역할은 할 일이 없고.. 그 사이의 적절한 밸런스를 찾는 것은 너무 힘들다.
세 번째, 역할을 맡은 아이가 책임감이 없으면 그 역할 전체가 마비되어버린다. 한 명이 한 가지 역할을 주도적으로 해야하다보니, 그 아이가 책임감이 없다면 자연스럽게 역할은 사라지게 되고 담임 또는 누군가가 그 빈자리를 채워야한다. 아이에게 책임감을 심어주는게 교사의 역할이라고 반문할 수 있겠으나, 모든 아이들이 톱니바퀴마냥 잘 굴러가는 교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유토피아랄까..
그래서 위의 단점들을 그나마 보완해줄 수 있는 부서제도를 선택했다. 물론 이 제도도 단점이 있지만(조별과제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도 단점보다 장점이 더 크다고 생각해서 이걸 선택했다.
부서 종류
각 부서별로 부장과 부원을 두었다. 나는 부서에 지시할 사항이 있으면 주로 부장을 통해서 부원들에게 전달하도록 했다. 그래서 애들이 부장을 잘 뽑으면 괜찮았는데 대충 뽑으면 조금 힘들게 운영했던 적도 많았다.. ㅎ 어쨌든 이제부터는 내가 정리한 부서의 종류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총괄부에는 크게 서기와 총괄부원이 있다.
서기는 학급 회의록을 기록하고 매일 아침 지각생을 기록하는 역할이다. 지각생을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서기는 되도록 지각 없는 성실하고 꾸준한 친구가 맡아야 잘 돌아간다. 물론 그런 의지가 있는 친구여도 상관없다.
총괄부원은 2명으로, 출석부 담당과 휴대폰 가방 담당으로 나뉘었다. 출석부는 말 그대로 이동수업 때마다 출석부를 들고 다니는 친구. 휴대폰 가방 담당은 매 종례 시간마다 휴대폰 가방을 가지고 오거나 휴대폰이 필요한 수업이 있으면 역시 가지고 오는 역할을 한다.
상당히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지만 선생님들과 접촉할 일이 많기 때문에 선생님들과 친하게 잘 지내거나 붙임성이 좋은 친구들이 고르면 원활하게 잘 돌아갈 수 있는 자리이다.
두 번째는 기획부.
이름에서도 알 수 있지만 학급 행사를 기획하는 부서이다. 나의 생각은 여러 학급 프로그램을 다 담당하는 것이었지만 현실은 주로 게임 위주로 기획했다. 다른 부서들에 비해서 구성원들의 역량이 매우 중요한 부서로, 노는 거 좋아하고 아이디어 팡팡 터지는 친구들이면 굉장히 잘 돌아갔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은 경우가 많다.
그리고 정말 하기 나름인 부서다. 기획부가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추진하거나 하면 할 일이 많아지고 학급도 굉장히 풍부해지지만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할 일이 없기 때문에..
세 번째는 학습부.
초임 시절에는 없었지만 2년차부터 추가했던 부서다. 부원들은 교과목을 여러 개 나눈 다음 과목을 한 개 또는 여러 개 맡는다. 그래서 자신이 맡은 과목의 안내사항이나 수행평가 등을 전달하는 부서이다. 또 해당 과목 선생님의 학습 도우미 역할도 담당했다.
아무래도 학습부라는 이름이 주는 분위기 때문에 그런지 상대적으로 공부를 조금 하거나 모범생인 친구들이 많이 담당했다. 다른 부서에 비해 무임승차가 제일 적게 나왔던 부서이기도 하다.
네 번째는 관리부.
학급 비품을 관리하거나 전등이나 히터를 끄고 교실을 꾸미는 부서이다. 사실 주 역할은 칠판 지우기와 소등 및 에어컨 히터 끄는 것이다. 부장에게 맡기면 알아서 잘 분담을 했었다. 요일별로 나누기도 하고 역할별로 나누기도 하고 다양하게 나눴던 것 같다.
그리고 관리부의 하이라이트는 누가 뭐래도 교실 꾸미기이다. 나는 매년 크리스마스를 맞이해서 교실을 꾸며왔으며 작년부터는 할로윈도 꾸몄다(물론 꾸민지 2주일만에 대참사가 일어나서 부랴부랴 접긴 했지만..). 교실 꾸미기라는 것이 워낙 스케일이 크긴 하지만 아이들이 주체가 되기 때문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행사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관리부 친구들은 대체로 자신들이 교실을 꾸몄다는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1학기 때는 그런 이벤트가 없어서 뭘 넣을지 고민 중이다. 4월이니까 벚꽃으로 꾸며야 할까? 쓰레기 많이 나올 거 같은데.. 아무튼 고민 또 고민ㅎㅎ
다섯 번째는 환경부.
라떼만 했어도 반 별로 환경미화 대회 같은 것이 있어서 학기 초에 청소한다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요즘은 그런 게 없으니.. 아무튼 환경부는 코로나 시국에 맞춰서 출범시킨 부서였다. 그렇지만 인기가 없어서 그런지 잘 안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주 역할은 방역 사항을 담당하고 분리수거 및 특별 구역 청소를 맡는다. 분리수거 때문인지 환경부가 워낙 인기가 없어서 교실 청소를 면제시켜줬는데 역효과가 난 적도 있었다.
뭐 아무튼 주로 저런 역할을 담당하는 부서이다. 개인적으로는 개인 교실 인원이 줄어들면 구조조정 1순위이기도 하다. 코로나 시국이 끝나기도 했고, 포지션 자체가 좀 애매하기도 해서.
부서로 운영하면 확실히 1인 1역에 비해 애매한 역할들이 사라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버스 타는 인원들이 생긴다는 점, 그리고 1인 1역과 마찬가지로 구성원들의 역량에 따라 갈린다는 점 등은 여전한 단점이다.
그래도 조금씩 보완해나가다보면 바람직한 방향을 찾게 되지 않을까! 올해 부서 배정도 또 보완해나가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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