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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 게임 추천 모음
교사로서 가장 고민되는 것 중 하나는 진도 다 나가고 남는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
물론 그냥 자유시간을 주거나 썰을 푸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특히 자유시간을 주면 아이들의 관계도를 파악하기에 꽤나 용이하다.
하지만 그런 것도 어쩌다 한 번일 뿐.. 학기말에는 그냥 허송세월 보내는 시간이 아깝게만 느껴진다. 그럴 때 딱 필요한 것이 바로 게임! 아이들도 그냥 노는 것보다 게임 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몸으로 말해요 같은 뻔하디 뻔한 게임은 또 하기가 싫었다. 학창시절 때도, 대학생 때도 늘 노는 것을 좋아했기에 게임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그래서 지금부터 중간중간 짬내서 만들었던 여러 게임들을 4가지 정도 소개하고자 한다.
1. 스트레이트 게임
더 지니어스 2편 룰 브레이커에서 나왔던 메인 매치 게임인 스트레이트 게임을 각색해서 만든 것이다. 원래 스트레이트 게임은 11인을 대상으로 했지만 학급 전체로 하다보니 불가피하게 룰 변경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래는 내가 만든 스트레이트 게임의 룰을 피피티로 정리한 것이다. (미리캔버스 사랑합니다..)
룰이 좀 복잡해보이지만 스트레이트 게임의 전체적인 메카니즘은 간단하다.
1. 모둠을 만들고(안 만들어도 됌), 의자를 가운데로 빼서 둥글에 만든다.
2. 카드를 모둠 또는 개인별로 부여한다.
3. 제한시간을 준다.
4. 아이들은 제한시간 동안 스트레이트로 이어앉을 번호를 구하고 제한시간안에 앉는다.
5. 끝나고 교사는 점수 계산한다.
세부적인 사항은 룰을 한 번 읽어보고 각자의 상황에 맞게 변경하는 것을 추천한다. 위 룰을 자세히 읽어보면 모둠별 어쩌고저쩌고 하는게 있는데 모둠별로 해도 되고 개인별로 해도 된다.
실제로 스트레이트 게임을 많이 진행해본 결과 별별 애들이 다 있었는데 위 게임의 장단점과 함께 언급해보고자 한다.
스트레이트 게임의 장점
첫 번째, 게임이 아이들 간 친목질로 변모하는 것을 자연스레 막을 수 있다. 이것은 뒤에 소개할 빙고게임과 비슷한데, 보통 어떤 류의 게임을 하든 간에 (모둠전으로 하지 않는 이상) 아이들은 항상 친한 애들끼리 먼저 얘기하고 같이 하려고한다. 하지만 이 게임은 그런 친목질을 진행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안 친한 친구와도 서로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메리트가 있다.
두 번째, 몸을 많이 쓸 수 있다. 자리 앉으려고 치고박고 하는 경우도 많고, 기본적으로 앉았다 일어났다를 많이 반복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역동적이고 활발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세 번째, 학급에서 소외되는 아이들도 참여할 수 있다. 아무리 침묵을 지키고 조용한 아이더라도 스트레이트를 위해서 날뛰는 아이들이 원하는 번호를 가지고 있다면 조금이나마 같이 교류할 수 있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서로 가져가려고 하는 상황도 연출될 수 있을 것이다.
스트레이트 게임의 단점
첫 번째, 경기가 과열되면 몸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 실제로 먼저 자리에 앉아 있는 애들을 힘을 이용해서 강제로 끌어내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공학이라서 망정이지 남중이었으면.. 아마 한 번은 싸움이 일어났을 것 같다.
두 번째, 고의로 훼방놓는 트롤링이 매우 쉽다. 이 게임을 하다 보면 반드시 자신이 스트레이트에 참여해서 완성을 시키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일부러 스트레이트를 완성시키려는 모둠을 따라다니면서 자리에 앉을 때 같이 앉아서 훼방을 놓는 천둥벌거숭이 같은 부류들이 꼭 있다. 경험상 교사가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으면 게임을 망치는 트롤러로 변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초기에 제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지나친 교사의 간섭 또한 건전하지 않기 때문에 적당한 아이들 간 장난과 트롤링을 구분해서 트롤 행위에만 간섭하는 것이 필요하다.
2. 인간 빙고 게임
이 게임은 사실 순서상으로는 스트레이트 게임보다 먼저 만든 게임이고, 순도 100% 내 아이디어만으로 만든 게임이다! 아마 다른 곳에 검색해도 안 나올....걸?
룰을 딱 읽어보면 알겠지만 전체적으로 스트레이트 게임과 진행 방식이 동일하다. 하지만 몇 가지 다른 특징들이 있다.
첫 번째, 사람을 뺏어가려는 다툼이 훨씬 더 심하다. 예를들어 13이라는 숫자는 무려 4군데 집단에서 빙고를 노릴 수 있기 때문에 서로 뺏어가려고 아우성이다. 실제로 게임을 진행해 본 결과 빙고 만들려고 4명이서 뭉쳐다니다가 갑자기 한 명이 다른 데서 너만오면 빙고야! 해가지고 배신 때리고 도망갔던 걸 본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ㅎㅎ
두 번째, 조커와 폭탄이 있다. 조커는 어디에나 들어갈 수 있는 만능 카드이다. 폭탄은 빙고를 망치고 자신만 점수를 받아갈 수 있는 카드이다. 게임의 재미를 위해서 넣어놨는데 폭탄이 상대적으로 점수를 얻기가 쉽다보니(폭탄은 숫자도 받아서 위장 가능) 다들 폭탄 달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개인적으로 폭탄 발생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려면 폭탄을 유추할 수 있는 장치를 두어야 한다. 예를들어 폭탄이 받는 번호를 두 명에게 지급해서(예를 들어서 24번을 받았으면 24번을 누군가에게 한 장 더 지급해서 두 명으로 배치) 유추할 수 있게 한다거나.. 여러 보완 룰을 마련한 다음에 써야 할 것 같다는 생각..
세 번째, 게임을 트롤링 하기 힘든 구조이면서 참여도는 매우 높다. 고의로 참여하지 않으려고 해도 다른 빙고를 만들면 그만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트롤링이 어려운 편에 속한다.
아무튼 그래도 스트레이트 게임보다는 몸싸움도 덜하고 비교적 빠른 템포로 진행할 수 있는 게임이다. 45분 수업 기준 5~6판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카드 나눠주고 다시 걷고 이런 과정이 귀찮다는 점만 빼면..
다만, 스트레이트 게임이나 폭탄 게임이나 너무 많이 진행할 경우 아이들도 지루할 수가 있기 때문에 최대 5판을 넘기지 않는 것이 핵심!
3. 밸런스 게임
요즘(요즘 맞나... 아무튼) 핫한 이슈 중 하나인 밸런스 게임을 학급 게임으로 적용해 보았다.
나름 있어보이려고 제목도 이렇게 짜고..
질문은 구글링해서 재밌을 것 같은 질문만 모아서 반 번호에 맞춰서 20~30개 가량 모았다.
지금 봐도 웃긴 질문 중 하나 ㅋㅋㅋㅋ 나 같으면 뭘 고를까.. 흠
전체적인 진행 방식은 다음과 같다.
1. 번호 순서대로 한 명씩 나와서 모니터 바로 앞에 선다.
2. 나머지 아이들은 그 학생 뒤에 우글우글 모여있게 한다.
3. 번호에 해당되는 아이는 눈을 감는다. 준비가 되면 번호를 넘겨 나머지 아이들에게 먼저 질문을 보여준다.
4. 그러면 나머지 아이들은 이 아이가 저 질문 중에서 무엇을 고를지를 예측해서 그 자리로 이동한다.
5. 아이들의 선택이 끝나면 앞으로 나온 아이는 눈을 뜨고 고른다. 이때 뒤에 아이들이 쿠사리(?)를 못 멕이도록 조용히 할 것을 주지시킨다.
6. 선택을 맞춘 아이들에게는 점수를 지급해서 점수가 높은 상위 여러 명에게 간식 부여!
밸런스 게임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1. 친구의 성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밸런스 게임에 나온 질문을 통해서 그 아이의 가치관도 파악할 수 있고 성향도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고르는게 아니기 때문에 타인의 생각을 고려해 볼 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아주 유익한 게임이다.
2. 아이들도 친숙하게 느끼고 흥미를 가질 수 있다. 밸런스 게임이라는 주제 자체가 매우 아이들에게 익숙하기 때문에 접근 난이도가 매우 낮은 편이다. 그래서 아이들도 매우 좋아하고 나중에도 두고두고 학생들 사이에서 회자가 많이 되는 게임이다.
3. 친목질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이런 류의 게임 단점이 친한 애들끼리는 어느 정도 성향을 알아서 유불리가 갈릴 수 있다는 것인데, 생각보다 질문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친하더라도 선택을 못 맞추는 경우를 꽤 많이 봤다. 결코 친하다고 유리한 게임이 아니다.
밸런스 게임의 단점은 다음과 같다.
1. 질문을 잘 선정해야 한다. 재미없는 질문은 흥미가 떨어질 뿐더러, 그 질문에 걸린 학생에게도 실망감을 안길 수 있다. 질문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잘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2.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아무리 빨리 진행하더라도 모든 학생들이 다 하려면 두 차시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점수를 입력하는 시간도 있고 진행하는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모자라서 한 차시만 하고 말거면 뒷 번호 아이들이 크게 실망할 수 있다!
3. 참여하지 않는 친구들이 생긴다. 경험상 이런 류의 동적인 게임은 반드시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이 생기기 십상이다. 뒷 자리, 또는 옆 자리에 그냥 앉아서 몸은 안 움직이고 입만 열심히 움직이면서 친한 친구들끼리 떠드는 부류들이 꼭 있다. 그러므로 이런 행동들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처음부터 제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나는 크게 제지하지는 않았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고 재밌어했으며 기억에 남는다고 선정했던 게임이 바로 이 밸런스 게임이었다. 학기말 남는 시간에 해도 되고 갑자기 진도가 빨라서 쉬어갈 때 해도 되고 아무튼 여러모로 정말 좋은 게임이니 이걸 보고 있는 교사들이 있다면 꼭 한 번 도전해보시길!
4. 캐치마인드
이것은 말 그대로 유명한 게임 캐치마인드를 교실로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그런데 요즘 애들은 캐치마인드를 생각보다 잘 모르는 것 같다. 아냐고 물어봤을 때 절반만 알고 절반은 모르는 경우가 꽤 많았다. 그래도 설명해주면 금방 이해한다.
작년에 많이 진행했는데 사진이 없어서.. 그냥 룰만 간단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교사는 제시어를 준비하고 번호 순서대로 한 명씩 나오게 한다.
2. 나오면 태블릿 pc에 펜을 잡고 제시어를 제한 시간안에 그린다. (1분 30초)
3. 나머지는 정해진 작은 보드판에 무엇을 그린 것인지를 쓴다.
4. 맞추면 점수 지급
아이들이 정답을 입력하는 데 사용한 보드. 일명 '허니컴 보드'라고 많이 불린다. 연구부에서 수업 물품 지원해 준 걸로 구매했었다.
아참 그리고 글자를 쓸 수 없게 한다든가, 단어를 무조건 명사로만 준다든가 하는 세세한 규칙들을 정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안 그러면 난이도가 너무 쉬워지거나 너무 어려워지기 때문에! 그런 것만 제외하면 정말로 간단하디 간단한 게임이다. 위 게임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게임이 쉽고 간편하면서도 참여도가 높다. 무슨 그림을 그리는지 맞추는게 생각보다 아이들에게 많은 흥미를 끌어주는 요소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정말정말 극소수를 제외하면 웬만하면 다 참여를 했었다.
두 번째, 그림 그리는 친구들이 부각될 수 있다. 평소 조용히 그림만 그리던 친구들의 그림 실력이 잘 드러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쟤한테 저런 면이?' 약간 이런 느낌? 물론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해서 많이 맞출 수 있는 건 아니지만 ㅎㅎ
세 번째, 아이들의 센스가 발휘될 수 있다. 특정 단어를 정말 기상천외하게 표현하는 친구들이 종종 보이는데 이럴 경우에 다른 친구들의 관심과 칭찬을 받게 되어 자기효능감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단점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제시어 난이도 선정이 생각보다 어렵다. 너무 쉬운 단어만 내면 다 맞춰버리고, 그렇다고 조금만 어렵게 내면 난이도가 확 올라가버리는 경우가 있다. 마치 시험문제 같다..
두 번째, 베끼는 경우가 꽤 종종 있다. 만약 이것이 거슬린다면 발견 즉시 제지하는 것이 좋다. 어차피 정답이라고 장담할 수 없지만 생각보다 베껴서 답 쓰는 애들이 나타난다. 물론 나는 제지하지 않았다.
세 번째, 두 번째의 연장선상인데 자기가 추론하는 것을 입 밖으로 마구 내뱉는 친구들이 많다. 그런데 그게 정답으로 이어질 경우 어려운 문제의 난이도가 확 낮아지게 되었던 경우도 종종 있었다. 물론 아니면 우수수 틀려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많이 맞추든 우수수 틀리든 어느 쪽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것들은 수시로 제지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제지해도 꼭 얘기하는 애들이 있긴 하더라..
이상으로 4가지 정도 게임에 대해서 정리해봤다. 사실 이것 말고도 여러가지 더 있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학급 프로그램 운영 편에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올해는 또 어떤 게임을 만들어내야하나.. 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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